블로그로 쓰는 글에 대해
글은 혼자 조용히 쓰는 편이고 온라인으로 게시하는 것은 이상할 정도로 손에 안 익는다. 노력은 나름 많이 했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티스토리… 그나마 네이버 블로그는 10여년 전이지만 게시글을 꽤 올리긴 했다. 하지만 결국은 유지되지는 못 했고 그 후로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다가 또 멈추었고, 브런치는 개인 에세이만 올리는 곳이라 매일 배우고 생각하는 잡다한 것들을 다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는 매일 매일 뭔가는 쓰는 사람이다. 일에 관한 것이든, 매일 노트 쓰기 챌린지를 해서든, 인사이트가 있는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는 것이라도 매일 조금씩은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구글 킵이나 좀 긴 글은 옵시디언 정도에 남아 있고, 어디론가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블로그에 게시한다고 해서 노출이 안 되면 또 ‘보여지지’ 않겠지만…
글이라는 것은 고전처럼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글도 있겠지만, 일반인이 빠르게 발전해나가는 사회를 따라잡기 위해 힘겨운 노력으로 남기는 것들은 사실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랜다. 그래서 발행되고 ‘보여지지’ 않으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혼자서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었군 하고 넘어갈 뿐이고.
왜 블로거가 되지 못 할까?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못 하지?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 보여지는 것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잡다한 생각을 쓰는 것이 어렵고, 개인적인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이 꺼려지고, 무엇보다 적당한 형식과 그럴싸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약한 강박이 있다. 그런데 살면서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인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얘기해왔으나 못 들은 척 했던) 질보다는 양이고, 양이 곧 질로 이어진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럴싸한 독서감상문을 써내려가기 보다는 ‘오늘 이 책을 읽었더니 좋더라’ 정도라 할지라도 매일 뭔가를 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이미 첫 게시글을 ‘블로그의 목적’으로 쓰고 있다는 점은 이 목표를 약간은 흐리게 만들지만… 내가 한번씩 들어가서 글을 보고 나오는 수많은 창작자들이 너무나 글을 쉽게 쓰고, 또 자주 쓴다는 점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들이 아주 초기에 쓴 글은 지금보다 퀄리티가 좋지 않다. 왜 블로거가 되지 못 하는가? 블로그 글이 아니라 저널을 쓰려고 작정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퀄리티를 좀 내려놓고 잡다한 생각을 마구 써내는 잡상인이 되보겠다.
이번 블로그의 작은 목적들
-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
- 블로그를 하려면 블로그의 이름과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나 자신을 위한 브랜딩 작업이 필요하다. 최소한 어떤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할지, 어떤 도메인을 만들지 먼저 정해야 하니까. 요즘 같은 시대에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을 위해서라도 블로그를 활용할 수 있다.
-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
- 네이버에서 글을 쓰면 결국 네이버 도메인의 힘에 보탬이 되는 개념이다. 그 플랫폼 안에서 잘 작동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하며, 무엇보다 SEO에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내 손안에 있지 않고 네이버에 있는 느낌이 싫다. 옵시디언을 사용하는 것도 누가 주도권을 가지느냐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결국 나만의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한 스텝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목적에 워드프레스가 일단은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했다(개발을 못 해서…).
- 모든 작업들의 ‘집’ 같은 공간이 필요함
- 디지털컨텐츠를 만들 때 콘텐츠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홍보할 공간이 필요한데, 개인 블로그로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흘러가거나 고여버리는 수많은 이야기들
- 회사에서의 지식,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들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생겨나지만 그것들의 대다수는 그냥 휘발되거나 아니면 옵시디언 볼트안에서 고여서 잠들어있을 뿐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세상에 내보이고 드러내고 평가받는 것이 더 성장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 Naval “코딩을 할 수 없다면, 책과 블로그를 쓰거나,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올려라.” 라는 글에 정확히 긁혔다.[번역] How to Get Rich (without getting lucky) by Naval Ravik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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